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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Blog · 생각

병목은 계속 이동합니다

2026-03-29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이라는 키워드가 한창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한 언어로 번역하는 기술이었는데, 그 번역 기술은 결국 해당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에 비례했기에 사람들은 AI 시대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지킬 수 있다는 근거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자주 꺼내들고는 했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우리가 AI를 활용하기 위한 가장 큰 병목이었지만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Skills, MCP 등을 통해 외부지식과 도구에 연결될 수 있게 되었고, 에이전트라는 추상화 계층을 통해 사람과 실행자(AI) 사이의 직접 연결도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AI를 잘쓰기 위해 어떻게 해야한다더라 하는 것들인 이제 상당히 구조화되어 개인의 하네스로 정제되었습니다. 시스템 프롬프트, 역할부여, 컨택스트 주입, 체이닝 같은 기법들을 이제는 복잡한 과정이나 이해없이 누구나 사용합니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해줘"의 형태로 AI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 영역도 몇년 뒤면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만큼 깔끔하게 추상화될 것이라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온 패턴이 있습니다. 복잡성은 항상 추상화 계층 아래로 숨겨지고 결국 사용자에게는 의도만 남는다는 것 입니다.

우리가 TCP/IP를 몰라도 웹을 사용하고, 컴파일러를 몰라도 코드를 쓰듯, 도메인을 몰라도 모든 분야에서 일반인이 AI를 온전히 활용하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글은 빨래방에 가만히 앉아 코드를 뿜어대는 제 화면을 보고 있다보니 두려움이 느껴져 끄적거리는 낙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의 가치는 고작 검수자에 불과한가, 전부 자동화하고나면 나에게 남는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우린 많은 가치를 AI에게 의탁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거나, 코드를 짜거나, 이젠 제가 마땅히 스스로 고민했어야할 여러 생각들을 AI에게 의탁하기도 합니다. 요즘 계속된 생각 끝에 제가 방금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AI가 모든 병목을 해결한 세계에 인간에게 남는건 결국 "왜?"에 대한 감각일 것입니다. 행위가 아닌 행위에 대한 고민, 효율이 아닌 방향에 대한 고민, 실행이 아닌 의미에 대한 고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AI를 사용하면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이걸 내가 왜하고 있는가 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처음 마주했을때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던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의 증명처럼 느껴졌습니다만 이제 그런 병목이 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듯 병목은 계속 이동합니다. AI가 이것만은 대체할 수 없다고 예측하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빨래가 벌써 다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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